20세 때에 처음으로 바흐의 오르간 음악을 접했을 때 내 가슴을 설레게 했던 음악은 '토카타와 푸가'도, '오르간 코랄'들도, '파사칼리아'도 아닌 이 환상곡이었다.
작품은 Tres vivement(생기있게), Grave(장중하게), Lentement(느리게)의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이 작품을 듣고 무슨 생각에서인지 멋대로 인생의 소년기, 장중년기, 노년기&죽음 이라 확신을 하며 들었던 기억이 난다. (왜 그랬을까?)
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어 지금도 애착이 많이 가는 곡이기도 하다.
아마도 Tres vivement에서 Grave와 Lentement로 넘어가는 부분이 너무나 장중했고, 무서웠고, 또 슬프게 느껴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내 인생은 지금 Tres vivement의 끝자락에 와있을 것이며 아마도 몇년 후면 곧 지금 흘러나오는 Grave의 연주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나는 사실 아직도 많이 혼란스럽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든 일은 잘 될지.. 부모님을 실망시켜드리지 않을 수 있을지.. 지금은 그냥 겉으로 보이는 남들의 행보를 막연히 쫒고 있을 뿐, 확신이 없다..
Grave의 처음은 화려하지만 가면 갈수록 같은 선율이 반복되는데 그 때가 된다면 그 속에서 행복하다고 느낄까? 혹은 그래선 안되겠지만 지겨운 일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Lentement에서는 인생의 아름다움이 느껴지기도 하고 허무함이 느껴지기도 하는 선율이 마치 BWV 106의 신포니아를 듣는 것처럼 나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
배경음악은 Fretwork의 BWV 572 중 Grave 비올 앙상블 연주. 전곡이 아니라서 조금 아쉽지만 이렇게 들을 수 있다는게 참 너무 좋다.
아래는 내가 들으며 눈물 흘렸던 바로 그 연주이다. 코프만의 초기 오르간 녹음.
요즘 나오는 연주들보다 투박하지만 코프만옹의 평소 스타일과는 다르게 꽤나 반듯한 연주는 아직까지 충분히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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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이번 포스팅은 한 편의 회고록을 보는 거 같군요.
오늘은 비도 추적추적 오는데 읽으면서 음악 들으니 정말 눈물이 글썽글썽 거립니다.ㅠㅠ전 어제 이 곡 발햐 연주 들었었는데...
네 안나님이 BWV 572를 들으신다기에 생각나서 예전 글을 좀 수정해서 옮겨와봤어요.
비올 앙상블 연주도 참 괜찮죠?